건축과 건물은 무엇이 다른가? 애초에, 그 둘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? 무엇이 건축을 건축으로 특징짓는가? 문득 떠오른 하지만 항상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이다.
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.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.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면 음악과 소리, 시와 낱말의 배열을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인가? 그렇지 않다. 그래서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.
그렇다면 건축과 건물은 무엇이 다른가? 건축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. 역시 이 뻔한 대답만이 유일한 답인 것 같다. 비트루비우스가 주장한 건축의 3대 요소인 견고성, 유용성, 아름다움 중 세번째 요소인 아름다움이 앞의 두 요소에 앞선다. 앞의 두 요소가 충족되면 건물이 건물로서 기능한다. 하지만 건물이더라도 아름답지 못하다면 건축이 아니다. 그렇다고 앞의 두 요소가 충족되지 못한 채 아름답기만 한 것도 건축이 아니다. 그것은 조각이나 회화에 가까울 것이다.
내가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은 이 모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. 어떤 수치나 정확하게 구분 가능한 기준이 따로 없고 그저 아름다움을 가진, 감동을 주는 게 건축이라는 말장난 같은 느낌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. 하지만 그 둘에 차이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. 그 둘을 정확히 구분하는 어떤 칼 같은 기준이 없을 뿐이다. 차이는 있지만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애초부터 구분을 거부했던 것이다.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. 어찌 항상 모든 게 명확히 구분될까. 항상 그럴 수는 없다. 건축도 그러함을 인정하니 마음이 좀 더 편해졌다.
그렇다면 건축은 예술인가 공학인가? 건축업은, 건축 설계는 예술인가 아닌가?
건축은 예술이면서 공학이다. 앞서 말했듯 건축은 감동을 준다. 감동에도 종류가 있을 것이고 감동을 주는 모든 게 예술이라 할 순 없겠지만 건축은 분명히 예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. 건축이 공학인 이유에 대해선 당연한 것이니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.
건축 설계는 적어도 현대 사회에선 예술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업이다. 현대에선 르네상스나 근대와 달리 더 이상 한 개인이 작가처럼 예술적인 건축을 할 수 없다. 현대의 건축 설계는 의뢰인이 있다. 그 의뢰인의 요구에 응해 설계를 하되, 건축가는 전문가로서 의뢰인이 본인의 요구사항을 더 좋은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작업해야 할 것이다. 그 과정에서 좀 더 예술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설계를 할 수는 있겠지만, 자본을 제공해주는 의뢰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작가주의를 지닌 채 독단적으로 설계할 수는 없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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